
0. 방문해주신 분들께
이번 글 (그리고 따라오는 후속편)은 조금 진지한 어체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제게도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해보려다보니 어체가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1. 글을 시작하며
뮌헨공대에 입학한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독일에 고등학생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을 때가 2016년, 군 생활과 코로나로 인해 미뤄진 입학을 제외하면 올해가 벌써 독일 유학 5년차가 된다. 처음 아베체도 모르는 이 나라에 뚝 떨어져서 지금에 오기까지(물론 아직도 사회초년생일 뿐 갈 길이 멀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당당히 독일에서 어느정도 뿌리를 내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사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진작에 뮌헨공대 관련 정보글 혹은 뮌헨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알려줄 수 없냐고 물어왔었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항상 “NO” 였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스스로의 위치에 대한 불신. 왜일까?
Sehen Sie links und rechts, diese Kommilitonen werden Sie nächstes Semester nicht mehr sehen.
독일 대학의 유명한 어구이다. 여러분 양옆을 보세요, 옆에 있는 친구들 다음 학기엔 없을거예요(…) 라는 공포스러운 문장인데, 실제로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나는 내가 뮌헨공대에 입학했다고 해서 정말 내가 뮌헨공대의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대학교에는 수많은 괴물들이 있고 간혹가다 도대체 왜 MIT에 가지 않았는지 의심되는 천재들도 있으며,
나는 그들과 최전선에서 경쟁하며 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했다. 독일 대학교의 “공식적인” 서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다른 학교에 가보지 않았기에 다른 학교와의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내 친구들에 한해서, 입시점수가 나보다 낮은 친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내 점수도 낮지 않다고 확신한다) 수학과 과학, 즉 이과과목에 한해서는 1등급을 맞지 않은 친구는 단 하나도 없었고, 우리 학과에만 입시 만점자가 30명이 넘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꽤나 많을 것이다. 하지만 뮌헨공대, 그리고 1980년대 Planwirtschaftler의 뒤를 잇는 2020년대 제 2의 버블과목인 Informatik은 단연 독일 전체 대학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Choice중에 하나이며 그만큼 매년 입학 기준도, 선별되어 들어오는 친구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1학년때는 자신이 독일 최고의 엘리트라는 자부심에 가득 찬 친구들도 굉장히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1년 후엔 약 40%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이 대학을 떠난다. 또한 그 후에도 악명 높은 과목에 낙제를 계속하여 6~7년째 (보통은 10학기, 즉 5년내에 졸업을 해야하지만 심의를 통해 1년정도는 더 시간을 받을 수 있다고 알고있다.) Bachelor를 따지 못한 상태로 학교를 배회하는 Bachelor의 망령(…)이 된 선배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내가 정말 Global Top 20의 연구성과를 보이는 대학의 수준에 맞는 학생인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었다고 생각했고, 내가 혹시라도 실패한다면 미리 써놓은 글에 의해 다른 사람이 내 전철을 밟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함이 명백했다.
하지만 이번에 가장 어려운 마지막 관문으로 불리는 과목(THEO)을 통과함으로서 어느정도 Informatik 졸업에 대한 확신이 서게 되었고, 따라서 혹시라도 이 글을 볼 수도 있는 뮌헨공대 입학을 (특히 Informatik) 준비하는 누군가의 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또한 내 2년간의 여정에 잠시 쉼표를 찍으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이 무시무시한 독일 대학에 대한 내용을 아주 자세히, 정말 자세히 적어보려고 한다.
2. 명심해야 할 것
TUM은 연구성과와 학술적인 수준으로 이름이 높다. 반대로 말하면 교육이나 학위과정에,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입학생에게 관심을 많이 두지 않는다.
평가는 (대부분의 과목이) 과제도 중간고사도 아닌 학기말에 치뤄지는 시험 하나만에 의해 결정된다. 즉, 한 학기 내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성적을 받는데 아무런 영향도 없다. 이 대학에서의 우리는 (물론 그렇지 않은 소수의 천재들도 존재하지만) 수천명의 학생들 중 하나일 뿐이며, 누구도 우리를 독려하지도 꾸짖지도 않는다.
난 내 주의에서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나태해진 친구들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다. 이는 뮌헨공대 재학생으로서 경계해야 할 것의 1순위에 올라온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으며, 심지어 언어가 완벽하지 않은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더더욱 용납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땅에 각자 개개인의 희망과 꿈을 안고 무언가를 쟁취하러 왔음을 잊으면 안된다.
또한 이 글을 읽으며 겁을 먹는 후배들이 없었으면 한다. 나는 입발린 말로라도 천재가 아니며, 초등학생부터 코딩 등의 활동을 해온 이력도 없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도서관에서만 지내는 Guru는 더더욱 아니다 (주 20시간씩 보안업체에서 모의해커로 근무 또한 하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노력을 통해 지금까지의 모든 과목을 낙제 없이 PASS 할 수 있었다. 물론 어느정도의 수준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천재가 아니니까.
또한 너무 많은 술자리와 잦은 한인 모임은 경계하는 것이 좋다. 내가 독일로의 유학이나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늘 하는 말이지만 결국 한인들끼리만 어울리면 그곳은 한국이지 독일이 아니게 된다. 여기에 왔으면, 이곳에서의 작은 한국을 찾아 헤멜 것이 아니라 여기서 끝장을 봐야한다.
3. 뮌헨공대 Zulassung을 받은 후, 1학년 1학기의 시작과 친구만들기
Zulassung을 받았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뮌헨공대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Lerngruppe, 즉 스터디다. 내 스스로가 외향적이고 내향적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뮌헨공대의 몇몇 과목중에는 개인이 판단하기에 이해했다고 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난해한 내용들이 분명 있으며, 이는 거의 100%의 확률로 시험에 출제된다. 서로간의 수준을 확인하며 내 스스로의 구멍을 찾아가는 방법에는 Lerngruppe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Vorkurs의 현장 강의를 방문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만든 스터디 (독일인 포함 약 10명정도)와 가장 친한 친구들 또한 1학년 1학기 시작 전 Vorkurs에서 만난 친구들이고 그 덕분에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을 수많은 정보와 인사이트를 접할 수 있었다.
뮌헨공대는 다른 도시나 타국에서 오는 학생들의 비율이 크다. 다들 처음이고, 친구들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시기가 이때즈음이기때문에, 한국에서 조금 더 있기보다는 한 발 빨리 움직여서 Vorkurs와 여러가지 이벤트에 참여하길 바란다.
안내는 대부분 메일로 잘 온다.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친구들을 만나 같이 이야기도 하고 학기 시작전까지 어울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터디가 형성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친구 그룹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의지를 가진 친구들을 만난다면 앞으로의 여정이 한결 편안해진다. 스스로는 거의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겠다. 나 또한 입학당시에는 그런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혼자서 이 여정을 헤쳐나갔다면 종착역이 어디였을지 아찔해진다는 점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럼 본격적으로 과목들과 대학생활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자.
4. 1학년 1학기, Basisprüfung
1학년 1학기는 총 4과목이 존재한다.
- Einfuehrung in die Informatik (통칭: EIDI)
- Praktikum Grundlagen der Programmierung (통칭: PGDP)
- Einführung in die Rechnerarchitektur (통칭: ERA)
- Diskrete Strukturen (통칭: DS)
TUM은 1년에 과목당 총 2번의 기회가 존재한다. Endterm(학기말, 겨울학기의 경우 1월 말부터 2월 초, 여름학기의 경우 7월 말부터 8월 초에 치룬다)과 Retake(대부분 방학 후 다음 학기 시작 직전에 치룬다)이 그것인데, 1학년 1학기는 Basisprüfung으로서 사실상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학기이다.
다른 독일의 대학은 모든 과목당 3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3번 다 떨어지면 학위를 받을 수 없게 되지만 TUM은 다르다. 상기 4과목중 2과목을 1학년때 필히 통과해야 하며, 여기서 통과하지 못할 시 즉시 퇴학처리되는데 이를 보고 Basisprüfung이라고 한다.
반대로 저 Basisprüfung만 통과한다면 그 다음 학기부터는 어떤 과목이든 무한정 반복이 가능하기에 꽤나 널널한 구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1년에 시험이 2번 있고 대부분 5년내에 졸업하지 못하면 큰일이 나기 때문에 (물론 아까 말한 학위의 망령들도 존재하지만 그렇게까지 늘려가는걸 추천하진 못 할 것 같다..) 너무 안심하는건 좋지 않다.
각설하고, 그럼 왜 두 번의 기회가 있음에도 그렇게 탈락률이 높냐라고 묻는다면 간단하다.
Retake 시험은 괴랄하게 어렵다
농담이 아니다. TUM에서 대부분의 Retake시험은 Endterm보다 배로 (-혹은 제곱으로) 어려우며, 몇몇 시험에서는 (Altklausur등을 살펴보면) 절대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악의가 실제로 옅보이기도 한다. 사실상의 기회는 한 번이라고 생각하고 각오를 다지는것이 여러모로 현명하다. 1학년 1학기의 과목들은 넓고 얕다.
다르게 말해 공부할건 엄청나게 많은데 그 내용 자체가 많이 어렵지는 않은 과목들이다. 공부 노가다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기때문에 충분히 감안하고 학기초부터 예습과 복습, 특히 Tutorium은 꼭 참가하도록 하자. Tutorium은 쉽게 말해 문제풀이 시간인데, 전 주에 배운 내용의 복습과 매 주 나오는 Uebungsblaetter의 문제들을 풀어본다.
문제들이 처음 보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어떤 과목이든 꼭 참가하는것이 좋다. Tutorium은 요일과 시간대별로 다양하게 있으며, 신청해서 배정받는 곳에 가야 하지만 사실 다른 Tutorium에 가서 다른 Tutor 수업을 들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Tutor도 결국 선배들이기 때문에 (내가 언젠가 Tutorium을 한다면 내 수업을 듣게 될 수도 있다!) 팁이나 시험공부에 관해 질문하는것도 아주 좋은 선택이다.
그럼 이제 각 과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참고로 PGDP같은 경우는 내가 통과 한 후 작년부터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정확하게 말하는게 불가능하니 학교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하는게 좋을 것 같다.
4.1 Einfuehrung in die Informatik & PGDP
EIDI에선 기본적인 데이터구조, 컴퓨터 언어 (Java를 사용한다), 문법과 알고리즘에 관해 배운다. 처음에 정말 간단한 자료형부터 시작하여 정렬 알고리즘이라던지, 조금 더 전문적인 자바의 특징 (객체지향이 주가 된다), Tree나 Heap같은 Data Structure까지 폭넓지만 얕게 공부한다. 솔직히 별로 어려울 건 없는 과목이었고 일주일정도 공부해서 간단하게 패스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Java언어의 Polymorphism인데, 다른 곳에서 설명한 글들이 많으니 여기선 생략하도록 하겠다. (학기를 진행하면서 알게될텐데, 관련 문제들이 많이 돌아다니니 많이 풀어보면 된다) 반대로 PGDP에서는 그 주에 배운 개념들에 관해 굉장히 어려운 프로그래밍 문제들이 출제된다. 3문제가 출제되는데, 각각 Easy, Medium, Hard의 레벨로 되어있다.
백준같은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고 Artemis라는 TUM에서 개발한 플랫폼에서 평가가 이루어진다. UI가 조금 더 예쁘고 조금 더 전문화된 백준같은 느낌이다. 내가 PGDP를 할 당시에는 이렇게 한 학기당 출제되는 문제중 얼마나 많이 과제를 완료했나를 통해 성적을 줬다. (앞으로 PGDP이외에도 많은 과목의 숙제 혹은 과제가 Artemis에서 진행된다)
이렇게 말하면 쉬워보이지만 초심자로서는 도저히 감도 안잡히는 문제들이 많이 나오며 (물론 나는 초심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초심자로 시작한 친구들중에 만점을 맞은 친구들도 있다) 데드라인이 지나기 전까지 자신이 몇 퍼센트의 테스트를 통과했는지 나오지 않는다.
꼭 월요일 새벽 12시에 마감되고 그 후에 Hidden Testcase가 돌아가 새벽 2시에 자다 깨서 긴장해가며 점수를 확인했던 살벌한 추억이 떠오른다. 작년부터는 이 시스템이 바뀌어 학기중 총 3번의 프로그래밍 시험 (현장에서) 을 치루게 되었다.
하지만 이 후에 또 어떻게 바뀔지 (롤백하여 옛날처럼 할 지 아니면 이 시스템을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GPT기반의 시스템들이 발전함에 따라 아마 계속 이렇게 현장 시험을 실시하지 않을까 싶다.
이 과목들에 관한 팁은 간단하다. 프로그래밍을 해보고 학교에 들어오도록 하자(…) 부트캠프도 좋고 학원도 좋다. 백준 문제를 풀어봐도 좋다. 하지만 정말 프로그래밍의 기초중 기초도 모르고 이 학과에 들어오는건 추천하지 않는다.
시험에서는 코드 빈 칸 채우기부터 Resolution Algorithm같은 실제로 알고리즘을 손으로 따라해보는 문제들이 나오며, Multiple Choice (옳은 것이나 틀린 것을 고르는) 문제들도 나온다. 예전 시험문제들은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닌다.
4.2 Diskrete Strukturen
한국어로는 이산수학이다. 이 과목에서 포기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는데, 이유는 학교 수학과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산수학에서는
- 집합론
- 정수론
- 논리학과 증명, 수학적 귀납법
- 그래프 이론
- 추계학
- 추상대수학의 기본 (Ring 등의 수학적 구조체에 대해 배운다)
따위를 배우게 되는데, 보면 알겠지만 하나하나가 한 학기의 수업으로 편성해도 될 만큼 넓은 분야의 것들이다. 실제로 여기서 배운 것들은 1학년 2학기에서도 2학년에서도 계속해서 등장한다.
이 과목의 공부법은 “Learning by Doing”, 즉 계속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TUM 대부분의 과목들이 그렇다. 내가 시험기간에 스스로 준비되었다고 판단하는 기준 또한 모든 Uebungsblaetter의 모든 문제를 암기하다시피 풀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다) 처음 듣는 강의에 들어가면 아마도 멘붕이 올 것이다.
교수님은 마치 미리 설명해준 적이 있는 양 처음 듣는 단어들을 나열해가며 강의를 진행하시고, 중간에 멍해지는 경험도 많이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여러분들이 이상한게 아니다. DS에선 수 많은 개념들이 한 수업에서 쏟아지는데 이를 학문으로서의 수학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지금 생각해봐도 (오히려 지금와서 돌아보니 더욱) 무슨 정신으로 1학년 애들한테 그런 식의 강의를 진행하는지 조금 화가 날 때도 있다. 또한 그 개념들 하나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강의를 듣고, Uebungsblatt에 나오는 문제들을 풀어보고, 그 문제들을 이해하고, 이해가지 않는다면 Tutorium에서 질문하도록 하자. (Tutorium에서 처음 문제를 풀어보는건 정말 낭비다. 설사 하나도 모르겠더라도 도전해서 미리미리 풀어보고 간다면 질문할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그만큼 늘어난다.)
개념에 대해 죽어라 파는 것 보다는 문제의 답안 (그 다음주에 공개되는)이 왜 이런식으로 문제를 풀어갈까 하는 Bottom-Up 식의 접근방식이 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이 과목에는 매 주 Uebungsblatt과 함께 숙제가 주어지는데, 숙제는 3인조 팀으로 제출하며 숙제를 알맞게 풀었을 시에는 총 12주간 8주 이상 숙제를 통과한 팀에 한해 최종성적에 가산점을 받는다. 실력에도 도움이 무조건(!) 되기 때문에 꼭 하는것을 추천한다.
시험은 각각 한 테마에서 한 문제씩 출제되는게 보통이며, 너무 복잡한 Multimenge등의 내용은 출제되지 않는다. 이산수학은 특히 Uebungsblaetter가 어려운데, Uebungsblaetter에 나오는 모든 문제들을 이해하고 풀 수 있고(학기말 기준으로, 학기중에는 당연히 어렵다!), 옛날 시험문제들을 풀어본 수준이면 통과 가능할 것 같다.
4.3 Einführung in die Rechnerarchitektur
1학년 1학기의 괴랄함을 한 층 더해주는 과목이다. 컴퓨터 구조 과목인데 첫 수업부터 Assembly로 시작한다(…) 이 과목에도 Artemis 문제들이 존재하는데 (PGDP랑은 다르게 Hidden Test도 없다!), 문제를 일정 수준 이상 풀면 최종 성적에 가산점을 받는다. 총 두 가지 Teil로 진행된다.
- Low Level Programming Languages (어셈블리, 어셈블러, 컴파일링 등…)
- RISC-V CPU
첫번째에선 우리가 쓰는 로직들이 어떻게 기계어로 번역이 되어 실행까지 이어지는지를 아주 High Level에서 배운다. 정말 자세한 프로세스는 이후 Operating Systems나 기타 다른 과목들에서 더 자세하게 배우니 겁먹을 것 없다.
여기선 정말 간략하게만 배운다고 보면 된다. 또한 그러한 기계친화적인 언어의 예시로 Assebmly를 배우는데,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어려운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주의해야 할 부분이 많고 에러가 쉽게 터지는데 하다보면 익숙해진다. (따라서 저 프로그래밍 문제들을 꼭 풀기를 추천한다) 시험의 통과 여부도 사실상 어셈블리 프로그래밍 문제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되는데 (배점이 정말 크다), 학기중에 미리미리 연습해놓자!
두 번째는 RISC-V CPU의 동작방식에 대해 배우는데, 클락같은 기본적인 개념부터 SISD (Single Instruction Single Data) 형식의 CPU가 어떤식으로 연산을 처리하는지 실제로(!) CPU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선을 따라 그려가며 배운다.
물론 그 후에 SIMD라던지 Parallel Computing, Synchronisation등의 복잡한 개념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우지만 일단은 첫 번째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후에 “추가되는”, 즉 연산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겁먹지 말자.
그리고 이런 하드웨어나 회로를 프로그래밍하는 언어에 대해서도 배우는데, 시험에 나오지도 않고 내가 이 과목에 그만큼의 흥미는 없었기에 필요한 만큼만 공부했다. 하지만 확실히 흥미로운 언어였다!
시험에서는 어셈블리 코딩에 관한 내용이 큰 배점을 차지하며, 간단한 논리 회로에 관한 문제도 많이 나온다. 그리고 Takt에 맞춰 CPU 내에서의 Befehl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는 문제는 항상 나오는데, 아까 이야기한 부분이다! 선을 많이 따라 그려보도록 하자 :D 이 과목과 이산수학은 PGDP랑 EIDI보다는 한 템포 빠르게 미리미리 복습하고 시험준비를 조금 더 빠르게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4.4 시험기간
시험기간은 첫 시험 한달 전으로 잡는것이 바람직하다. 절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시간이며 난 모든 학기에 적용했다. 더 일찍 시작하는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이것보다 짧아지는건 추천하지 않는다(혹시 과목이 쉽게 느껴졌다면 그 만큼의 재능이 있는거니 재량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또한 GPT에 의존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어떠한 개념이 헷갈린다면 GPT에 바로 넣기보다는 일단 Vorlesungsfolien과 유튜브등을 통해 공부하고, 특정 부분의 뉘앙스가 파악이 되지 않는다면 그런 부분에 한해 GPT에게 질문하는것을 추천한다. (공부하다보면 뉘앙스가 파악이 안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될 것이다)
GPT는 빠르지만 Authentic한 답변을 준다고 확신할 수 없으며, 애초에 GPT를 맹신하는 것은 Informatik 학도로서도 좋지 않은 자세인 것 같다. 가장 정확한 것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문제 답안과 Vorlesungsfolien이다.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이 포화된다! 도서관 예약 링크를 통해 예약하면 자리싸움 하지 않아도 되니 미리미리 예약하고 가자.
아마 많은 후배들이 같은 질문을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얼마나 공부하면 되는데?” …정답은 없다! 는 너무 식상한 답변이라고 생각해서 구체적인 예시로 나를 들자면, 난 한 달 전부터 하루 6시간의 시간을 투자했다.
한 달 전에는 아직 강의가 진행되고있어 시간이 많이 없었기에 3~4시간 수준이었던 것 같고, 강의가 끝나는 시점부터는 6시간정도의 공부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이건 지극히 평균적인 양이다. 더 많이 하는 친구도, 적게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난 이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낙제율에 관한 질문도 많을텐데, 내가 아는 한 최신정보와 내 경험으로 예시를 들자면:
- 이산수학: 낙제율 55~60퍼센트
- 컴퓨터 구조: 낙제율 55~60퍼센트
- PGDP: 낙제율 (시험 형식이 바뀐 후) 55~60퍼센트
- EIDI: 낙제율 30~35퍼센트
EIDI는 기본적으로 통과한다고 보면 되고, 세 과목 중 한 과목만 통과한다면 “일단은” 살아남았다. (물론 한 과목만 통과해야지의 형식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그 후의 2학년 겨울학기 과목들도 괴랄하기때문에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리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 난이도는 이산수학 >= 컴퓨터구조 > PGDP > EIDI 였다.
5. 1학년 1학기 후기
1학년 1학기는 결국 시간 투자의 여하, 그리고 좋은 스터디를 찾앚냐의 여하에 따라 난이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학기이다. 다른 학기도 그렇지만 공부해야하는 토픽의 양이 어마어마하기에 1학년 1학기의 이런 특징은 특히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일반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는 누구나라면” 노력했을 시 배신하지 않을 과목들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양에 질리지 말자! 단지 이산수학은 몇몇 문제들에 한해 조금 더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ERA에서는 수많은 용어들을 차분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Du bist nicht der Erste, der diese Klausuren bestehen musste.
한 해에도 몇 백명이 통과하는 시험이다. 결코 불가능한 시험이 아니다!
6. 글을 마치며
쓰다보니 꽤나 글이 길어지고 있네요. 한 편에 모든 과목을 담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아 학기별로 글을 나눠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Pfilchtmodul이 존재하는 2학년 2학기까지 총 4편 + 후기 1편의 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3학년때부터는 어차피 통과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난이도가 내려갑니다. 즉! 2년만 고생고생해가며 살아남으면 된다는 말이죠.
남아있는 자료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족보나 도움이 되는 Zusammenfassung은 아직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필요하다면 이 블로그의 Contact를 통해, 혹은 댓글란에 남겨주시면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물론 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궁금한 부분이나 팁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제가 아는 한 정보를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는 1학년 2학기, A.K.A. 나태지옥에 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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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